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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주목하는 시선) 2018'로 <다시 김군> 선정
이름 관리자 이메일 kncc@kncc.or.kr
작성일 2018-12-31 조회수 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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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굶주리는 너희는 행복하다. 너희가 배부르게 될 것이다. 지금 우는 너희는 행복하다. 너희가 웃게 될 것이다(누가복음 6:21)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이홍정 총무) 언론위원회는 201812월의 (주목하는)시선 2018으로 다시 김 군을 선정했다.

 

죽음의 외주화

 

20181210일 저녁 11시경, 머리위로 시커먼 석탄가루가 쏟아져 내려오는 태안화력발전소 석탄운송 컨베이어 아이들러에 작업복이 말려들어간 노동자 김용균(24)씨가 멈추지 않는 컨베이어에 목숨을 잃었다. 이 날 한반도 전역은 남부지방에 머문 고기압의 영향으로 기온은 영하로 떨어졌고, 조금씩 눈비가 내리면서 집집마다 난방을 틀고 잠이 들기 시작한 시간이었다. 청년 김용균은 이날 오후 840분쯤 홀로 밤샘 근무에 들어갔다. 그는 이날도 컨베이어 벨트 안으로 들어가 점검을 시작했다. 컨베이어 벨트에 떨어진 석탄을 치우고 탄가루를 씻어 내린 물을 빼는 배수관도 확인했다. 오후 1035분쯤 청년 김용균은 환승타워로 진입했다. 6분 후에는 회사 관계자와 잠시 통화했다. 그 뒤로 그의 목소리를 들은 사람은 없었다. 한국서부발전 측은 다음 날 새벽 1시가 넘어 수색을 시작하여, 324분쯤 청년 김용균의 주검을 컨베이어 벨트에서 발견됐다. 꿈 많던 청년 김용균은 이렇게 위험한 작업 환경 속에서 홀로 죽어갔던 것이다.

정부는 지난 2월 산업안전보장법 개정안을 입법예고 하고,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국회에 제출했지만, 경영에 미칠 영향을 우려한다는 야당의 반대로 제대로 논의되지 못했다. 새로운 산업안전보장법 개정안은 택배기사 등 특수고용노동자도 산업재해를 당했을 때 보호를 받도록 하고, 하청 노동자들이 사고를 당하면 원청도 책임을 지도록 처벌규정을 담고 있었다. 개정안에는 변화된 환경에 맞춰 산업안전보장법 보호 대상을 근로자에서 일하는 사람으로 확대했다. 택배기사 등 근로자성을 인정받지 못해 일하다 다쳐도 보호를 받지 못하는 특수고용노동자들을 보호 대상에 포함하기 위해서다. ‘위험의 외주화로 인한 사고를 막기 위한 대책도 마련했다. 원청 사업주의 안전보건 조치 의무 범위를 일부 위험한 장소에서 사업장 전체로 확대하고 안전보건 조치 의무를 위반했을 때 선고할 수 있는 징역형의 상한을 현행 1년에서 하청 사업주와 같은 수준인 5년으로 높였다. 하청 노동자가 사망사고를 당할 경우 하청 사업주와 마찬가지로 원청 사업주도 최대 징역 10년을 선고받을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법안은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이었다.

산업안전보장법 개정안은 20165월 서울 지하철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 정비작업을 하던 서울메트로의 하청업체인 은성PSD직원인 김 군(19)이 전동차에 치여 사망하면서 죽음의 외주화를 막자는 취지에서 논의되었다. 김 군의 가방에서는 아직 뜯지도 못했던 컵라면이 나왔었다. 김 군을 추모하는 물결이 구의역을 가득 매웠고, 정치인은 너나없이 청년을 살리겠노라고 소리쳤다. 김 군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겠노라고. 국회에서는 위험한 일을 하청업체에 넘기는 위험 외주화를 멈추겠다며 각종 대책 마련을 약속했다. 하지만 2년이 지났지만, 법은 만들어지지 않았다. 그 사이에 또 다른 김 군이 비슷한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지난 4월 공공운수노조는 한국남동발전·서부발전·중부발전·남부발전·동서발전 5개 발전사에서 2012년부터 2016년까지 5년간 발생한 사고 346건 가운데 337(97%)이 하청 업무에서 발생했고, 2008년부터 2016년까지 9년 동안 이곳에서 산재로 사망한 40명 가운데 37(92%)이 하청노동자이었다. 더불어민주당 이용득 의원실이 고용노동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86월까지 한 사건에서 3명 이상 숨진 산업재해는 모두 28건이었고, 이 사건들로 숨진 노동자는 모두 109명인데 이 중 93(85%)이 하청업체 소속이었다. 그러나 원청 사업주가 처벌받은 사례는 단 한건도 없었다. 20181227일 산업안전보장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여 28년 만에 개정되었다. 그러나 원청이 하청노동자였던 청년 김용균을 위험에 방치했던 한국서부발전 사업주는 여전히 법적 책임을 지지도 않았다.

 

이 땅에서도 이루어지리이다

 

전문대학을 졸업하고 군대에서 제대한 청년 김용균은 한국전력공사 입사를 준비하다가 발전소 근무경험을 쌓기 위해 지난 917일 한국서부발전하청업체인 한국발전기술에 계약직 노동자로 입사했다. 입사 후 청년 김용균은 충청남도 태안군 원북면에 있는 태안화력발전소 연료운영팀에 배치돼 석탄설비 운전업무를 맡았다. 지난 2001년 한국전력공사에서 분사한 한국서부발전은 주로 석탄이나 석유, 천연가스 등을 태운 화력을 이용해 전류를 일으켜 배전하는 발전소이다. 석탄을 태우는 시설이기에 작업환경은 매우 열악했는데, 그는 혼자 4곳의 석탄운송설비를 담당했다. 시설 간 거리는 40~100m였고 지상 70m 높이를 좁은 계단으로 오르내려야 했다. 야간근무 때는 12시간 동안 3차례씩 자신이 맡은 구간을 오가며 설비를 점검했다. 순찰을 마치고 대기실에서 다음 근무시간까지 대기하다 이상이 발견됐다는 연락을 받으면 곧바로 현장에 투입되었다.

꿈 많던 청년 김용균은 부모님이 사 준 양복을 입고 수줍게 웃는 영상을 남겼다. 영상속의 그는 분명 내일을 꿈꾸고 있었다. 그는 천국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같이 내일에는 이 땅에서도 이루어질 것을 믿는 아름다운 청년이었다. 그러나 이 땅의 부유하여 사치한 삶을 영위하는 사람들, 권력과 안락을 누리는 사람들은 이 아름다운 청년의 꿈 정도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직 내일에는 어쩌면 이 땅에서도 천국이 이루어질 것만을 믿도록, 그 정도의 희망만 쥐어주었다. 그래선지 오늘 이 땅의 작업장은 안전하지 않았다. 그곳은 컨베이어로 쉴 새 없이 석탄이 운반되었고, 컨베이어를 작동시키는 아이들러가 쉴 새 없이 돌아가면서 시커먼 석탄가루가 눈발 날리듯 날렸다. 작업장은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을 만큼 어두웠다. 조금이라도 길을 잃으면 언제든 기계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주린 자에게 네 양식을 나누어 주며 유리하는 빈민을 집에 들이며 헐벗은 자를 보면 입히라(이사야 58:7)”. 그러나 이 땅의 자본가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공기업인 서울메트로도 한국서부전력도 그리고 사기업들도 당연한 듯 주린 자를 먹이거나 헐벗은 자를 입히지않았다. 청년 김용균은 회사로부터 지급받은 전등을 잃어버렸다. 그 캄캄한 암흑 속에서, 시커먼 흙먼지가 쏟아지는 곳에서 잃어버린 손전등을 찾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는 휴대전화 불빛에 의존하여 그 어둠속을 헤맸다. 작업 보고를 위해서는 금방이라도 빨려 들어갈 듯 한 설비에 손을 가까이 내밀어 사진과 영상을 찍어야 했다. 숙련자도 어려워서 힘들어하는 작업을 입사 3개월이 채 되지 않은 청년 김용균 혼자서 감당했다. 그가 남긴 유품은 고장 난 손전등, 검은색 탄가루에 얼룩덜룩해진 수첩, 청년 김용균의 이름표가 붙은 작업복, 그리고 컵라면 세 개와 과자 한 봉지가 전부였다. 구의역 김 군과 태안화력발전소 청년 김용균의 가방은 너무도 비슷했다. 청년 김용균은 낮에는 점심을 식당에서 배달시켜 대기실에서 먹었지만, 밤에는 식당에서 배달조차 어려워 컵라면이나 빵으로 저녁을 때우는 일이 많았다. 회사에서는 야식비나 야식을 제공하지 않았다. 그는 사고 당일에는 컵라면조차 먹지 못한 채 일하다 숨을 거뒀다. 태안화력발전소 사고를 조사하는 경찰은 이동 동선과 시간대를 따져보면 그는 잠시도 쉬지 않고 일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렇다. 모두들 영혼의 안식을 얻는 내일의 천국을 말하지만, 이 땅의 굶주린 청년에게는 따뜻한 저녁 한 끼 주지 않았다. “그 종의 주인이 불쌍히 여겨 놓아 보내며 그 빚(금화 1만 달란트)을 탕감하여 주었더니...그 종이 나가서 자기에게 빚진 백 데나리온(은화)을 빚진 동료 한 사람을 만나 붙들어 목을 잡고 이르되 빚을 갚으라 하매...악한 종아 네가 빌기에 내가 네 빚을 전부 탕감하여 주었거늘 내가 너를 불쌍히 여김과 같이 너도 네 동료를 불쌍히 여김이 마땅하지 아니하냐(마태복음 27-33).” 공기업마저 성과급에 연연하여 노동효율성을 외치고 있다. 막대한 공적자금으로 도로를 만들고, 철도와 다리, 항구를 놓아 생산성을 높였다. 경영이 어려우면 세제혜택을 주었다. 사기업 경영주들이 회계조작과 세금탈루로 구속되어도 국가경영활성화와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그들을 놓아주었다. 1만 달란트보다 많은 빚을 정부와 국회는 국민의 이름으로 용서해 주었지만, 그들은 제대로 피어보지도 못한 청년 김용균을 죽음의 컨베이어에 몰아넣고 밥 한 끼 제대로 주지도 않았다. 100데나리온은 커녕, 1데나리온도 아까워했다.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서 두 사람이 함께 점검해야할 일을 외주노동자 한 사람에게 맡겼다. 구의역 김 군과 태안화력발전소 청년 김용균의 꿈은 이 땅에서 노동자가 일터에서 안전하게 노동하며,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도록 보장받는 것이었다.

 

굶주린 이에게 주라

 

이 땅의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모는 정치는 여전히 함부로 내일을 말한다. 오늘이 없는 내일은 공허하고 비루하다. 이 땅에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운 나라가 되기 위해서는 굶주린 자에게 밥을 평등하게 주고, 공정하게 노동할 수 있게 해 주어야 한다. 그곳에 오늘과 내일의 정의가 있다. ‘위험의 외주화와 회계조작이 1만달란트를 탕감 받은 자들의 오만이자 불의라면, 52시간 근무와 최저임금 8,250원은 친구에게 빚진 100데나리온처럼 밥이자 정의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안전하게 살아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보장해야 한다. 산업안전보장법 개정안을 유일하게 반대했던 한 국회의원의 두서없는 변명처럼 우리가 이제부터 어린 아이가 되지 아니하여 사람의 속임수와 간사한 유혹엔 빠져 온갖 교훈의 풍조에 밀려 요동하지 않아야(에베소 4:14)”한다. 속임수와 간사한 유혹으로 오늘을 속여서는 희망은 없다. 청년에게 희망이 있어야 내일이 있다고 한다. 내일을 위해서 우리는 먼저 굶주린 이들에게 나눠주고 헐벗은 이들을 입힐 수 있어야 한다. 오늘 이 땅에 이루어지지 않는 나라는 내일에도 없다. 한국교회도 더 이상 100데나리온 빚진 자와 함께하지 않고, 1만달란트 탕감 받은 자와 함께하는 모순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제 굶주린 자에게 나누어줄 시간이다. 그곳에 지금 굶주리는 너희는 행복하고, 배부르게 될 것이다. 또한 지금 우는 너희는 행복하게 웃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누가복음 6:21).

 

참고

이승윤 (2018.12.28.). '원청사업자 산업재해 책임·처벌 강화' 법안 국회 본회의 통과. 경향신문 https://www.lawtimes.co.kr/Legal-News/Legal-News-View?serial=149673

이지혜 최하얀 정환봉 92018.12.11). 멈추지 않는 위험의 외주화산재사망 90%하청노동자’. 한겨레신문 http://www.hani.co.kr/arti/society/labor/874034.html

정락인 (2018.12.21.). 죽음의 작업장에 내몰린 청년 김용균’; 위험한 일 외주화가 원인구의역 사고 후 낮잠 잔 국회. 시사저널 http://www.sisapress.com/journal/article/179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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