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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e뉴스 11호) 위대한 귀향 행진, 전쟁 겪은 시위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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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9-04-26 조회수 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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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귀향 행진, 전쟁 겪은 시위자들


 

작성: 정주진 박사(평화학, 편집위원)



3월 31일 수천 명의 팔레스타인 시위자들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와 이스라엘 사이 국경에 모였다. 사실 국경이라고 하긴 힘들다. 가자지구는 이스라엘의 군사통치 하에 있고 봉쇄당한 상태로 아무런 주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경’도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이동을 막기 위해 이스라엘이 쳐놓은 철조망 울타리에 불과하다. 어쨌든 팔레스타인 시위자들은 이 국경을 뚫기 위해 시작된 위대한 귀환 행진(Great March of Return) 1주년 집회에 모였다. 2018년 3월 30일 시작된 이 행진은 그후 매주 금요일마다 계속됐다. 시민운동가들에 의해 처음엔 6주 계획으로 시작됐다. 그러나 이스라엘군은 고무탄, 최루탄, 그리고 실탄까지 발사하며 강경하게 대응했고 그 결과 첫 시위에서 16명의 사망자와 1,000명 이상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분노한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매주 모여 시위를 했다. 그렇게 1년이 지난 것이다.



1주년 시위에서도 사망자가 발생했다. 20세 청년 한 명과 17세 청소년 세 명이 이스라엘군의 총격으로 사망했다. 수십 명이 부상을 입고 병원으로 실려갔다. 이스라엘군은 폭력 시위에 대응한 것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팔레스타인 시위자들의 모습을 보면 설득력이 없다. 사진을 통해 본 그들은 그냥 평범한 청소년들과 청년들이다. 대부분 청바지에 후드 셔츠, 또는 운동복을 입고 있고, 운동화와 샌들, 심지어 슬리퍼까지 신고 있다. 이들이 무기로 사용하는 것은 고작해야 돌팔매와 어쩌다 한 번씩 보이는 화염병 같은 것이다. 사진을 보면 시커먼 연기가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데 그것은 이스라엘군의 시야를 흐리게 하려고 시위자들이 폐타이어를 태우기 때문이다. 이스라엘군은 이런 시위자들이 자신들의 안전을 위협한다면서 실탄까지 쏘면서 대응했다.



1년 동안 매주 금요일 계속된 시위로 수많은 사망자와 부상자가 발생했다. 총 266명이 이스라엘군에 의해 죽임을 당했다. 그중 50명은 어린이고 6명은 여성이었다. 많은 사망자가 나온 것은 이스라엘군이 저격병까지 배치해 특정 시위자들을 겨냥했기 때문이다. 부상자는 총 30,398명이었다. 그중 6,857명은 실탄을 맞았고 844명은 고무탄에 부상을 입었다. 최루가스를 흡입해 문제를 겪은 사람은 2,441명이었다. 부상 후 결국 사지를 절단해 불구가 된 사람도 136명이나 됐다. 이스라엘군은 유니폼을 입은 의료봉사자나 ‘프레스’ 조끼를 입은 기자도 공격했다. 그 결과 의료봉사자 3명이 사망하고 665명이 부상을 당했다. 기자도 2명이 사망하고 347명이 부상을 당했다. 전체 통계를 나눠보면 보면 매주 시위에서 평균 5명의 사망자와 584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것을 알 수 있다. 어마어마한 숫자다. ‘위대한 귀향 행진’이 계속되는 동안 시위 현장에 있는 사람들과 그들을 걱정하는 가족들은 매주 전쟁과 다를 바 없는 상황을 겼었다. 유엔은 이스라엘군의 무력 대응을 전쟁범죄로 규정했다.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요구한 것은 시위 제목이 말하는 것처럼 고향으로 돌아가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가자지구 전체 인구 중 70%인 13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유엔에 난민으로 등록돼 있다. 이들은 1948년 이스라엘 국가 수립 당시 강제로 자기 땅에서 쫓겨난 사람들과 그 후손들이다. 이스라엘은 당시 500개 이상의 팔레스타인 마을을 파괴했다. 그 결과 75만 명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난민이 됐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이것을 나크바(Nakba), 즉 대재앙이라 부른다. 팔레스타인의 또 다른 땅인 웨스크뱅크에도 이런 난민과 그 후손들이 100만 명이 넘는다. 이들은 고향에서 쫓겨나 70년 이상 난민으로 살고 있다. 1세대 난민들은 고향으로 돌아갈 날을 기다리면서 지금도 고향집의 열쇠를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 위대한 귀향 행진은 70년 전에 쫓겨난 고향과 집으로 돌아가게 해달라는 시위였다.





시위자들이 요구한 또 다른 것은 가자지구 봉쇄를 풀라는 것이었다. 2006년 하마스가 팔레스타인 의회 선거에서 승리하고 팔레스타인의 다른 정당인 파타와의 무력 충돌 후 2007년 가자지구를 통치하게 되자 이스라엘은 하마스를 정당한 통치 권력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무장세력이라는 이유였다. 그후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를 완전히 봉쇄했고 모든 피해는 주민들에게 돌아갔다. 이스라엘의 오랜 봉쇄로 가자지구는 경제적으로 몰락해서 실업률이 52%에 달한다. 생활 환경은 그야말로 최악이다. 수도로 공급되는 물 중 18%만 식수로 쓸 수 있을 만큼 안전하고, 전기는 하루 4-5시간만 공급되고 있다. 심지어 큰 병원에 갈 수 없어 사람이 죽는 곳이 됐다. 가자지구에는 기초적인 의료시설만 있고 위중한 환자는 가자지구 밖의 병원으로 가야 하는데 이스라엘군이 잘 보내주지 않기 때문이다. 유엔은 이미 수년 전에 가자지구가 더이상 사람이 살 수 없는 환경이라고 했다.



가자지구의 위대한 귀향 행진은 여러 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다. 첫째는 시위자들이 전체적으로 평화시위의 기조를 유지했다는 것이다. 이스라엘군은 마치 시위자들을 폭도인 것처럼 호도했지만 사진이나 영상은 그들이 평범하고 분노한 팔레스타인 사람들임을 보여줬다. 그들은 이스라엘군의 총격과 저격수에게 돌팔매질과 폐타이어로 대응했고 고작해야 간혹 화염병을 던지는 수준이었다. 둘째는 정치권의 지원이 없이 오로지 평범한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참가한 시위였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배후에 있고 평범한 사람들을 위험한 시위에 내몰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국제 여론을 호도하려 했다. 셋째는 다시 한번 세계에 팔레스타인의 고통을 알렸다는 점이다. 세계는 새삼 팔레스타인의 고통에 관심을 보였고 이스라엘의 만행을 확인했다. 이것은 시위자들이 평화시위의 기조를 유지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이런 낭만적 의미 부여는 오히려 가혹한 면이 있다. 수많은 사람이 희생된 후에도 가자지구의 상황과 이스라엘의 정책은 변한 것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전체적인 팔레스타인 상황은 악화되고 있다. 특히 정치적인 전망이 밝지 않다. 4월 총선에서 승리해 5선 총리가 된 벤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웨스트뱅크의 유대인 정착촌을 모두 이스라엘 영토에 포함시키겠다고 선언했다. 온갖 부패와 비리에도 불구하고 보수세력의 지지로 5선 총리가 된 그는 앞으로 더 강경하게 팔레스타인 정책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높다. 그가 기고만장한 또 다른 이유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2017년 12월 트럼프는 국제법을 어기고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해 전 세계를 혼란에 빠뜨렸고, 분노한 팔레스타인 사람들과 이스라엘군이 곳곳에서 충돌하는 상황을 만들었다. 최근에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국가 지위를 인정하지 않는 평화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해 또 다시 팔레스타인과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세계인들의 분노를 샀다. 트럼프는 조만한 이 평화안을 실행에 옮기기 위한 협상을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2018년 8월 유엔 총회에서는 회원국의 71%인 137개 국가가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했다. 국가 인정을 거부한 나라들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사실상의 국가로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과거의 평화협상을 어기면서 팔레스타인을 모두 이스라엘 땅으로 만들기 위해 팔레스타인에 대한 억압과 차별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의 트럼프 정부는 과거 미국 정부들의 외교적 입장과 결정을 모두 무시하고 노골적으로 친이스라엘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런 이스라엘과 미국의 행보는 세계시민들과 정치인들의 분노를 사고 있지만 안하무인인 두 사람을 막을 수 있는 실질적인 방법은 없다. 그렇지만 그런 계획들이 실행될 경우 팔레스타인의 저항은 극에 달하고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사이의 무장 충돌이 재연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팔레스타인 사람들뿐만 아니라 이스라엘 사람들도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이다. 그런 비극만은 막아야 하고 그러기 위해 세계시민들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목숨을 담보로 나설 때만이 아니라 숨죽이고 있을 때도 항상 눈과 귀를 열어 놓고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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