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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e뉴스 9호) 분리장벽과 검문소: 차별과 억압의 수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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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8-12-26 조회수 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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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리장벽과 검문소: 차별과 억압의 수단


 작성: 정주진 박사(평화학, 편집위원)


분리장벽은 차별장벽


이스라엘에 점령당한 팔레스타인의 현실을 가장 현실적으로, 동시에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분리장벽이다. 예루살렘을 포함해 웨스트뱅크 곳곳에서 볼 수 있는 분리장벽은 높이가 대략 8미터 정도다. 보통 사람 키의 5배 정도가 되는 거대한 높이다. 회색빛의 콘크리트 장벽 위에는 감시 카메라가 달려 있다. 300미터마다 저격병이 배치된 감시탑도 만들어져 있다. 분리장벽은 존재 그 자체로 아주 위협적이다. 무엇보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지붕 없는 감옥에 사는 숨이 막히는 현실과 절망감을 시시때때로 확인해준다.


이스라엘은 20026월부터 웨스트뱅크에 분리장벽을 세우기 시작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공격으로부터 이스라엘 국민들을 보호한다는 이유였다.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에 팔레스타인 사람들에 의한 여러 건의 자살 공격이 있었다. 특별히 200112월에는 예루살렘에서 2건의 자살 테러 공격으로 11명이 사망했고, 연이어 하이파에서 버스 탑승객 15명이 사망했다. 그러자 이스라엘 정부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이스라엘에 들어오는 것을 규제하기 위한 계획을 세웠다. 이를 실행에 옮긴 것이 바로 분리장벽이다. 20028월 예루살렘의 남쪽과 북쪽에 각각 10킬로미터 길이의 분리장벽을 건설했다. 북쪽의 장벽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수도인 라말라를, 그리고 남쪽의 장벽은 베들레헴을 각각 예루살렘과 단절시켰다. 지금까지 웨스트뱅크에 세워진 분리장벽의 길이는 700킬로미터가 넘는다. 분리장벽은 지금도 건설 중이고 모두 마치면 712킬로미터 정도가 될 예정이다.


팔레스타인 사람들과 국제시민사회는 분리장벽을 아파르트헤이트 장벽(Apartheid Wall)이라 부른다. 아파르트헤이트는 남아공의 인종차별정책을 말하는데 분리장벽이 바로 그런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안전을 핑계로 분리장벽을 세웠지만 사실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감시하고 생존을 위협하며 가둬두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 이로 인해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거대한 감옥에 갇혀 삶을 발전시킬 기회를 박탈당하고 있다.


베들레헴의 분리장벽

 

200479일 국제사법재판소(International Court of Justice)는 분리장벽이 국제법 위반이라고 판결했다. 분리장벽 건설을 위해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재산을 파괴 및 몰수하고, 분리장벽이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이동을 심하게 제한하고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나아가 재판소는 이스라엘이 웨스트뱅크와 예루살렘 주변의 분리장벽 건설을 중단하고 몰수된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재산을 돌려주고 장벽 건설로 인해 피해를 본 사람들에게 보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물론 이스라엘은 이 판결을 따르지 않았고 오히려 계획대로 분리장벽을 계속 건설했다. 그럼에도 분리장벽 건설이 불법이란 사실은 여전히 유효하다

 

이스라엘은 자국민들의 안전을 위해 분리장벽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경계에, 그것도 이스라엘 땅에 분리장벽을 세우는 것이 상식이다. 그러나 분리장벽 중 15%만 이스라엘 땅에 세워졌고 나머지 85%는 팔레스타인 땅에, 그것도 어떤 경우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경계에서 팔레스타인 쪽으로 몇 킬로미터나 들어간 곳에 세워지기도 했다. 이스라엘 국민들의 안전이 아니라 팔레스타인 토지 몰수를 위해 지어졌기 때문에 오히려 이스라엘인 거주지역이나 도시와 멀리 떨어진 곳에 세워졌다. 국제적으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경계로 여겨지고 있는 그린라인(Green Line)의 길이는 약 340킬로미터인데 분리장벽의 길이가 그 두 배가 훨씬 넘는다는 점 또한 분리장벽이 안전이 아니라 팔레스타인 땅을 빼앗으려는 이스라엘의 의도로 만들어진 것임을 증명한다.


야곱의 두 번째 아내이자 요셉의 어머니인 라헬의 무덤(Rachel’s Tomb)은 분리장벽을 통한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땅 몰수 사례 중 하나로 국제적으로 알려져 있다. 라헬의 무덤은 기독교, 유대교, 이슬람교의 성지 중 하나로 베들레헴에 있다. 이스라엘은 의도적으로 라헬의 무덤을 둘러싸는 분리장벽 경로를 선택해서 라헬의 무덤을 이스라엘에 포함시키고 2005년 분리장벽을 건설했다. 이스라엘은 가까운 곳에 군사 기지도 건설했고 분리장벽에 감시탑과 저격병들을 배치해 팔레스타인의 저항에 대응했다. 이로 인해 주변에 살던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집과 가게를 잃는 피해를 입었다. 이제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종교적 이유로도 라헬의 무덤을 찾을 수 없게 됐다.


분리장벽이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이동의 제한과 재산의 몰수 이외에도 많다. 장벽에 둘러싸인 곳에 사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출입을 통제받기 때문에 말 그대로 지붕 없는 감옥에 살고 있다. 장벽 때문에 마을과 도시를 확장할 수도 없다. 농부들은 분리장벽 때문에 자신의 과수원이나 농지에 자유롭게 출입할 수 없게 됐다. 또한 이스라엘군이 분리장벽 주변 100-200미터 지역을 안전지대완충지역으로 지정했기 때문에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나무를 심거나 어떤 건축도 할 수가 없다. 어떤 사람들은 자기 집과 마을을 드나들기 위해 매일 군인들이 지키는 검문소를 통과하며 허락을 받아야 한다. 분리장벽 때문에 학교나 다른 사회 서비스 시설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도 없다.


이스라엘은 안전을 위해서라고 주장하며 분리장벽을 세웠지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어느 쪽도 안전해지지 않았다. 분리장벽으로 인해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분노와 증오가 더 커졌기 때문이다. 힘과 무기를 이용한 억압과 통제는 공존을 보장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분리장벽을 통해 팔레스타인 땅을 빼앗는 것에 더 관심을 가져서인지 자국민의 안전조차 관심 밖인 것처럼 보인다.

 

검문소


분리장벽과 이스라엘군의 감시로 둘러싸인 팔레스타인 전역에는 수많은 검문소(checkpoint)가 있다. 검문소는 팔레스타인이 점령된 땅임을, 그리고 이스라엘의 점령이 얼마나 비인도적이고 반인권적인지를 가장 가시적이고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검문소에는 매일 새벽 2시 이후부터 사람들이 몰려든다. 대부분은 일용직 일자리를 위해 이스라엘 쪽으로 넘어가는 사람들이다. 병원이나 학교에 가기 위해서도 검문소를 거쳐야 한다. 검문소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거부하고 싶지만 거부할 수 없는 일상의 한 부분이 됐다.


인권단체인 브첼렘(B’Tselem)20187월 업데이트한 자료에 의하면 팔레스타인 전역에 96개의 상설검문소가 있는데 이중 66개는 감시하는 병사가 배치돼 엄격하게 통제되는 검문소들이다. 이런 검문소들은 주로 이스라엘로 들어가는 곳과 헤브론에 있다. 나머지 30개의 검문소들은 감시탑과 출입문이 있지만 감시하는 군인들이 어쩌다 한번 배치되고 통과 시간도 제한하지 않고 있다. 이런 검문소들은 팔레스타인 안에서의 통행을 통제한다.


상설검문소에는 보통 사람들이 줄 서 기다리는 길고 좁은 통로가 만들어져 있다. 통로는 사람 키가 넘는 콘크리트 벽으로 막혀 있고 위에는 철제창살이 설치돼 있다. 검문소에는 화장실도 물을 마실 수 있는 곳도 없다. 사람들은 춥거나 덥거나 비가 오는 날씨에 상관없이 좁고 붐비는 어두운 통로에 서서, 그리고 빨리 가기 위해 서로 밀치고 부딪치면서 기다려야 한다. 돌아올 때도 같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매일 검문소에서 몇 시간을 소비하는 것이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일상이다. 큰 검문소의 경우 매일 5-6천 명이 통과한다. 이 외에도 팔레스타인 전역에는 수시로 세워지고 사라지는 수백 개의 이동식 검문소가 있다.


베들레헴의 <검문소 300>

 

이스라엘로 들어가는 검문소는 다른 나라에 있는 국경 검문소와는 다르다. 역할 또한 다르다. 이스라엘은 자국민들과 정착민들의 안전을 위해서라고 하지만 실제 운영되는 것을 보면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감시하고 통제하며 모욕감을 주기 위한 목적이 더 큰 것으로 보인다.


검문소는 기본적으로 이동의 자유를 제한하고 감시하는 것인데 그에 따라 생기는 많은 문제가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일상을 뒤흔든다. 검문소 통과 여부는 배치된 군인들의 자의적인 판단에 따라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아무 설명도 없이 통과가 거부되기도 하고 몇 시간씩 기다려야 하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수치심을 주는 조사를 하는 일도 많다. 신분증은 물론 가방 속까지 다 보여야 한다. 이런 긴장 상황에서 때로 저항하는 팔레스타인 사람에게 총격이 가해지고 그렇게 해서 사망하기도 한다.


예고도 없이 검문소가 닫히거나 이동을 막기 위해 이동식 검문소가 설치되는 일도 흔하게 발생한다. 그 결과 사람들은 출근을 하지 못하거나 병원에 가지 못하는 일이 벌어진다. 이로 인해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평범한 일상을 살지 못하고 항상 예상치 못한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응급 상황도 예외가 되지 못한다. 2000-2006년 사이에 112명이 병원에 가지 못하거나 통과가 지연돼 검문소에서 사망했다. 35명의 임산부가 사산을 했고 69명의 임산부가 검문소에서 출산을 했으며 5명은 사망했다. 그렇게 태어난 아이 중 36명이 즉각적인 의료처치를 받지 못해 사망했다. 통합적인 통계가 없지만 지금도 검문소에서 사망하는 사고는 발생하고 있다. 검문소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매일 매일 절망감과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것을 넘어 실질적으로 생명을 위협하는 것이기도 하다.


분리장벽과 검문소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직면한 잔인하고 절망적인 현실을 상징적으로, 동시에 가장 현실적으로 보여준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숨을 쉬지만 매일 숨 막히는 생활을 해야 하고, 스스로 움직일 수 있지만 꼼짝하지 못하고 갇혀 살아야 한다. 극도로 절망적인 상황이다. 특히 분리장벽과 검문소에 갇혀 사는 삶만 경험한 청소년들과 청년들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찾기 힘들어한다. 그렇게 분노한 팔레스타인 젊은이들이 유대인 정착민과 검문소의 군인들을 공격하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이스라엘은 이런 일을 테러로 규정하고 전체 팔레스타인을 공격하고 억압하는 데, 그리고 국제사회에 팔레스타인을 테러주의자로 왜곡해 알리는 데 이용한다. 그러나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공격은 개인적이고 어쩌다 한번 일어나는 일이다. 반면 이스라엘 정부와 군의 억압, 차별, 공격은 공식적이고 조직적이며 일상적이다. 가장 중요한 점은 이로 인해 팔레스타인 사람이든 이스라엘 사람이든 그곳에 사는 누구도 안전하지 않게 됐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많은 깨어있는 사람들은 모두의 평화를 위해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스라엘의 억압과 차별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참고 사이트

https://interactive.aljazeera.com/aje/palestineremix/phone/wall.html

https://www.haaretz.com/israel-news/.premium.MAGAZINE-15-years-of-separation-palestinians-cut-off-from-jerusalem-by-a-wall-1.5888001

https://www.counterfire.org/news/19846-israels-wall-in-bethlehem-militarising-rachels-tomb

https://www.washingtonpost.com/graphics/world/occupied/checkpoint/?noredirect=on&utm_term=.daaf398067c5

https://www.btselem.org/freedom_of_movement/checkpoints_and_forbidden_roads?staffing%5B%5D=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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